일베 혐오놀이 그 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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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인터넷 글에서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겼노, 괜찮노, 즐겁노, 멋지노처럼 의문문뿐 아니라 평서문, 감탄문까지 무작정 ‘노’가 붙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적 애도가 끝난 이후쯤으로 기억한다. 2ch 같은 일본의 혐한 사이트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합성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곧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에서 운지, 중력절(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의미) 등과 함께 ‘노’를 붙인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의 성씨인 ‘노(盧)’를 문장 끝에 기계적으로 붙였다는 ‘썰’이다. 또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강조하며 군을 비판했던 “대한민국 군대 뭐 했노 이거야”에서 따왔다는 ‘썰’도 있다. 어느 쪽이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혐오의 표현이다.
일베들은 경상도말만 조롱한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비하하며 문장 끝에 ‘~랑께’나 ‘~당께’를 억지로 붙여썼다. ‘그 말이 맞당께’ ‘이겼당께’ 식이다. 이들은 사투리가 가진 고유의 정서나 언어적 규칙을 무시하고 타인을 조롱하고 배척하기 위한 식별기호처럼 영호남 방언을 오염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베들의 조롱은 기성세대에 비판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10대들에게 재밌는 놀이가 됐다. 10여년이 지나는 사이 이들이 퍼트린 혐오놀이는 문화가 됐다. 문제는 그러면서 혐오와 조롱, 비하에 무감각해진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9.3%가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혐오 표현의 유형으로는 정치인·유명인의 죽음 조롱(88.9%)과 특정 지역 비하(73.3%)가 많았다고 한다.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의 ‘무섭노’ 동영상 논란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상대가 “뭐야 무섭노?”라 묻고 이에 “무섭노”라고 응답하는 것은 일베식 혐오놀이의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도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그도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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