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인감 동원한 '日 제3자 변제'.. 尹대통령실 개입 정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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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인감' 5개 만들어 58차례 사용‥군사작전하듯 처리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듬해,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줘야 할 돈을 우리나라 재단이 대신 지급하자는 건데, 국민적 반발이 일었습니다.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맞물려, 일본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대일본 저자세를 고수하는 윤석열 정부로 옮겨붙고 있었습니다.
당사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들 일부도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정부와 피해자지원재단이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15명 가운데 11명은 배상금을 수령했지만, 4명은 끝내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돈을 법원에 맡겨 채무를 면제받기 위해 '공탁'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원재단 측은 시간을 끌 경우 반발에 직면해 동력을 잃는다고 판단하고는, 법원 공탁 절차를 군사작전처럼 일사불란하게 처리해 파장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탁은 채권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신청해야 합니다. 따라서, 광주지법과 전주지법 등 전국 법원에 직원들이 미리 흩어져 있다가, 서울에서 법원 공탁 안건이 통과되자마자 동시에 민원실 창구로 달려가 공탁 서류를 기습 접수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법절차는 내용만큼이나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에, 서류가 미비하거나 하물며 오타라도 있으면 형식을 제대로 갖춰오도록 법원이 되돌려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탁한다"고 뉴스는 나갔는데, 정작 신청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늘어져 버립니다. 결국, 가짜 도장을 여러 개 만들어서 갖고 있다가, 서류에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보완한 뒤 날인해서 제출하도록 전략을 꾸민 것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확보한 외교부·행안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가짜 인감'은 모두 5개가 만들어져 최소 58차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원재단은 심지어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피해자 7명 명의의 도장도 임의로 제작해, 개인정보동의서에 무단으로 날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형법에 따르면 타인의 인장이나 서명 등을 위조하거나 부정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규선 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2023년 7월 내부 회의에서 "나중에 그 효력이 없어져서 (공탁) 서류 낸 것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그럴 건 없는 건가"라고 물으며, 일을 그르칠 가능성만을 걱정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안보실이 독촉, 주진우 법률비서관도 개입"
인감 위조는 엄연한 중범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을 계약할 때도 섣불리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물며 정부 산하기관이 법원에 제출하는 문건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불법적 꼼수도 감수해가며 왜 이렇게까지 법원 공탁을 강행했던 것일까요. 힌트는 있습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7월 나토 정상회의와 8월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해외순방 일정을 앞두고 일본과의 양자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감사 결론에 따르면, '제3자 변제안' 속도전 뒤에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차원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8월 광복절 및 다자외교 일정 이전에 공탁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본과의 외교 일정 수립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최대한 조속한 시점에 공탁을 실시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게 외교부 감사 결과입니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는 '대통령의 순방행사 기간에는 민감한 사안은 자제하는 것이 관례'고 '일본 정부가 7월 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는 상황'이라며, 공탁 실행 시기로 7월 초가 적절하다고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번갯불 콩 볶듯이 밀어붙인 '제3자 변제안'을 두고, 법원은 배상금 공탁을 줄줄이 거부했습니다. 정부와 지원재단 입장에서는 이의신청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원재단은 담당 법무법인을 '세종'에서 '바른'으로 돌연 교체했습니다. 이 과정에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이 행안부 감사에서 포착됐습니다.
당시 주진우 비서관이 외교부 국장에게 연락해 "'세종'의 법률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고, 이후 법률비서관실이 외교부에 '바른'을 콕 집어서 교체를 종용했다는 게 행안부 감사 결과입니다. 문제는 당시 법률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강모 행정관의 아버지가 '바른' 대표변호사라는 점입니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후 사건위임 보수 1억 원과 법률자문 보수 1억 70만 원을 받았습니다.
행안부는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의 직권남용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진우 당시 법률비서관은 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부산광역시장 경선 후보이기도 합니다. 주 의원 측은 "법률비서관실은 법무법인 결정 부서가 아니며, 법무법인의 사정과 소송 상황에 따라 적법하게 교체된 것이므로, 이해충돌 소지가 전혀 없으며 억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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