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사람 아닌 걸로".. 김범석의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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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현 기자>
지난 2020년 10월 12일 새벽 2시.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허리를 숙이더니 오른손을 계속 가슴에 대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퇴근한 지 1시간 반 만에 숨졌습니다.
쿠팡에서 1년 4개월간 새벽 근무를 했던 고 장덕준 씨입니다.
SBS 취재진은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로부터 장 씨의 사망 이후 김범석 당시 쿠팡 한국 법인 대표와 나눴다는 메신저 대화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물 마시기, 대기 중, 빈 카트 옮기는 것, 화장실 등의 단어를 말합니다.
이에 정보보호책임자는 영상을 구동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어 김 대표는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합니다.
사내 영상 등을 관리하는 정보보호책임자에게 고 장덕준 씨가 일하지 않은 영상과 시간을 확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린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대화에서 김 대표는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고 했고 책임자는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들은 시간제 노동자들이다.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니다"라며 시간제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말을 남겼습니다.
김 대표는 "내일 아침 국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 10월 26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가 열렸고, 쿠팡 측은 유족들의 과로사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엄성환/쿠팡풀필먼트 전무 (2020년 10월) : 과로사가 아니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SBS가 입수한 쿠팡 내부 자료에는 장 씨가 숨지기 일주일 전부터 화장실을 간 것과 음료수를 마신 시간까지 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습니다.
김 대표가 사용한 '물 마시기', '대기 중' 등 영어 단어를 그대로 옮겨 정리한 엑셀 파일도 있습니다.
민사 소송까지 거치며 쿠팡으로부터 4년여 만에 과로사를 인정받은 유족은 이제야 쿠팡 측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이해된다고 답합니다.
..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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