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도전하는 대법원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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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민주공화 헌정에서 사법권의 본질과 선거의 헌법적 의미를 최고법원의 대법관들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대상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와 그 부속 효과인 선거범죄인의 당선무효나 선거권 박탈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의 실체에 해당하는 국민대표 선출권에 대한 엘리트주의적 통제장치라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다. 법률공무원인 검사나 법관이 국민의 선택을 대체하는 반민주공화적 제도인 것이다.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과 산적한 국가 현안에 대한 비전과 역량을 두고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해야 할 대통령을, 유력 후보자에 대한 법원 판결에 내맡겨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선거의 제일 원칙은 자유로운 유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공정은 그 수단적 가치에 불과하다. 허위사실이 불공정선거를 유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엇이 허위사실인지 일일이 모든 유권자가 알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선거의 본질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심지어 거짓말쟁이 후보라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한 거짓말쟁이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 투표할 수 있는 것이 선거다. 선거는 말 한마디의 진실 여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이력, 정당이나 정책과 같은 객관적 요소뿐만 아니라 성별, 나이, 출신 지역, 종교와 같은 주관적이고 비합리적 요소도 작용하는 매우 종합적인 선택을 본질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은 풀고 돈은 묶는 것이 선거 규제의 대원칙이며 말 몇마디로 선거 결과를 번복하거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이 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하고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데 있음을 강변한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은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에 대한 이례적인 구속취소와 특혜적 대우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오히려 사법 불신을 증폭시켰다는 점에서 전혀 타당성이 없다.
원래 선거 관련 사건은 특별절차인 선거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선거범죄 소송과 같이 형사사건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것이다. 설령 그 제도를 도입하는 위헌적 법률이 존재하더라도 사법재량을 활용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와 권리의 이익으로 처리하는 것이 헌법원칙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처지의 당선자는 내버려두고 낙선자만을 기소해 헌법적 형평성을 결여한 이번 사건의 본질과 엄격히 다루어야 할 선거범죄 소송의 특성을 애써 무시하면서 오히려 선거를 목전에 두고 후보자의 자격 박탈 가능성을 전격적으로 열어젖힘으로써 초래되는 민주주의의 혼란과 위기를 간과하는 헌법적 형량의 오류를 저질렀다.
헌정의 중추기관인 대통령의 선거는 주권자가 직접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중요하면서도 드문 절차인데 말 몇마디에 대한 논란을 이유로 유력 후보자의 자격을 박탈하는 오만한 결정을 통해 스스로가 선거에 영향을 주는 위헌적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주권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법관들이 알량한 법기술적 판단으로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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