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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혼천시계’ 260여년 만에 복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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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혼천시계’ 260여년 만에 복원 성공

- 동양 혼천의와 서양 자명종의 결합으로 융합을 이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이석래)은 조선 후기 천문시계인 ‘혼천시계(통천의)’의 복원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헌으로만 전해졌던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260년 만에 되살렸다. 


이 혼천시계는 조선후기 북학파 천문학자, 홍대용(洪大容, 1731~ 1783)과 호남의 과학자, 나경적(羅景績, 1690~1762)이 1762년에 창제한 기계식 천문시계로, 홍대용의 저서인『담헌서(湛軒書)』「농수각의기지(籠水閣儀器志)」에 통천의(統天儀)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혼천시계는 1438년 장영실의 ‘흠경각 옥루’ 발명 이래로 1669년 송이영의 혼천시계로 이어지는 조선 전통의 천문시계로, 특히 홍대용 혼천시계(통천의)는 중앙 정부가 아닌 전라도 나주목의 지방관청을 중심으로 실학자들이 공동 개발한 천문시계이다.


※ 혼천시계 : 물의 힘(수격식)이나 추의 힘(추동식)을 이용하여 작동하는 기계장치를 혼천의(渾天儀)와 연결하여 절기와 시각 등을 알려주는 천문시계. 홍대용은 『담헌서』에서 혼천시계를 통천의(統天儀)로 명명하여 부름. 


홍대용의 혼천시계는 천체의 운행을 통해 날짜와 시각을 알려주는 혼천의(渾天儀)에 추의 힘으로 작동하는 자명종을 연결하여 하나의 기계장치를 이루고 있다. 혼천의 안에 태양을 상징하는 태양진상(太陽眞象, 태양 모형)이 일 년의 절기와 하루의 시각을 알려주고, 달을 상징하는 태음진상(太陰眞象, 달 모형)이 음력 날짜를 알려준다.


연구책임자 윤용현 박사(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는 국립중앙과학관의 “기본연구과제사업” 일환으로 ‘조선후기 기계시계 장치 전시품 개발 연구’를 2년간 진행하여 21세기에 홍대용-나경적의 혼천시계를 재탄생시켰다.


홍대용 혼천시계(통천의) 복원연구는 융합연구로 이루어졌는데, 장영실 ‘흠경각 옥루’를 복원한바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과장이 주축이 되어 고천문․시계분야는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 박사와 민병희 박사가, 고문헌분야는 문화유산연구소 길의 기호철 소장 등이 함께 문헌과 기계식시계 등 유물 분석 그리고 복원모형 실험을 거쳐 원형에 충실하도록 복원하였다.


또한 혼천시계(통천의)는 홍대용의 저서를 통해 혼천의와 자명종의 제원과 천문현상에 맞는 수학적 특성이 서술되었으나, 문헌만으로 전체의 형태를 추정하는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고려대학교박물관 및 서울대학교박물관의 자명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동력발생의 특성을 분석하고,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의 혼의 유물을 토대로 복원모형 설계와 작동모형 제작에 활용했다. 


홍대용 혼천시계의 복원에 한 차례 고비가 있었는데, 2020년에 홍대용 『담헌서』의 내용을 토대로 자명종 시간 기어비를 채택하고, 타종 기어비는 고려대박물관 자명종을 참조하여 복원 모형을 제작한 후 2021년 혼천의와 결합시켰을 때 타종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추동력 부족으로 혼천의가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에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타종 기어비를 황윤석의『이재유고(頤齋遺藁)』에 서술된 자명종 기어비를 채택하여 재설계 및 제작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홍대용의 혼천시계는 자명종의 추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1669년 제작된 송이영의 혼천시계*를 계승 및 기계적 작동원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뛰어난 천문시계이다. 


* 영국의 과학사학자로 동양과학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지프 니덤(1990~1995)은 ‘송이영의 혼천시계를 일컬어 세계 유수의 과학박물관들이 반드시 송이영의 혼천시계를 복제하여 전시해야 할 인류의 위대한 과학문화재’라고 극찬한 바 있다.


송이영의 혼천시계는 태양 모형에 연결한 실을 감아서 일 년간 태양의 운동(연주운동)을 구현하는데 비해, 홍대용 혼천시계는 몇 개의 톱니바퀴 세트를 활용하여 기계적인 회전력으로 태양 모형을 움직이게 한다. 또한 태양 모형의 구동법과 같은 톱니바퀴 세트를 이용하여 달 모형을 구동시킨다. 말하자면 회전력과 기어장치만으로 이 두 모형을 천체운동에 맞게 자동 운행시켰다. 


복원 혼천시계의 혼천의 중심에는 당시의 세계지도를 나타내는 지평판(地平板)이 있는데, 국립중앙과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10여 개의 조선후기 고지도에서 지평판의 모형인 ‘천하도’를 채용하였다.


송이영의 혼천시계에서는 혼천의 중심에 지구의(地球儀)가 있지만 홍대용 혼천시계의 혼천의 중심에는 지평판이 있다. 지평판에는 시각환과 함께 앙부일구 지평환에서 볼 수 있는 절기와 신법지평일구에서 볼 수 있는 시각선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이석래 관장은 “조선후기 대표적인 기계식시계 과학문화재인 홍대용 혼천시계가 복원된 것은 국민들에게 자긍심 고취는 물론 세종대 자격루, 옥루 등의 과학문화재와 함께 해외전시를 통한 과학한류 확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에 복원 홍대용 혼천시계와 핵심 과학원리를 국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 전시품을 만들어, 현재 복원되어 실험 중에 있는 자격루의 동력 전달 장치인 주전(籌箭) 전시품과 함께 내년 봄부터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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