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지구의 날, 불 끄면 비로소 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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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4.22. 오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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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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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2일ㆍ1618번째 편지

오늘 밤 8시에 10분 동안 불 끄는 것, 알고 계시죠? '지구의 날' 행사의 하나로 펼쳐집니다. 이 행사는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해 3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불을 끄는 'Earth Hour(지구 시간)'와는 다른 이벤트입니다. 오늘 밤 서울·세종·과천의 정부종합청사와 지방청사, 숭례문, 부산 광안대교, 수원 화성 등 지역명소, 전국의 빌딩과 아파트 등이 10분 어둠에 잠깁니다.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의 해상 유정이 폭발, 1100만L의 기름이 바다를 덮으며 1만 마리의 바다 생물을 희생시킨 사고가 계기입니다. 위스콘신 주의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과 하버드대 학생 데니스 헤이즈는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자며 대대적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마침, 평화운동가 존 맥코넬의 주장에 따라 유엔 우 탄트 사무총장이 북반구에서 봄이 시작하는 3월 21일을 '지구 평화의 날'로 삼기로 했는데, 두 캠페인을 합쳐 '지구의 날'이 탄생한 것이지요.

지구 전체에서 190여 나라 10억 명이 참여하며, 올해의 주제는 '지구 대 플라스틱(Planet vs. Plastics)'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환경부가 22~28일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며 주제는 '우리의 탄소중립 생활실천, 오히려 좋아'입니다. 그래도 '지구의 날' 행사의 절정은 '불끄기'이겠죠? 대도시를 밝히는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하며, 모두 참여할 수 있으므로···.

10분 동안 불을 끄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나무를 살릴 수 있고 지구기후변화가 약간 멈춰진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지구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죠?

이에 더해 깜깜한 공간에서 빛과 어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귀농 또는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은 도시의 밤과는 전혀 다른,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함에 당황한다고 합니다. 건물, 가로등, 차량 등의 불빛이 전혀 없는 곳의 어둠! 구름이 달과 별을 가린 날에 창밖에서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바로 앞의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손바닥도 안 보인다고 하네요.

이런 어둠 속에서는 2㎞ 떨어진 작은 담뱃불도 보입니다. 저는 아프리카 산속에서 일행과 헤매다 2~3㎞ 떨어진 곳에서 한 쌍의 불빛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맹수라고 짐작하고 긴장했다가 사람의 눈빛으로 드러나 안도한 적이 있는데, 그처럼 어둠은 빛을 도드라지게 합니다.

어둠은 어둠 자체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는 눈을 뜨면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TV에 빼앗겨버린 시선을 마음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게 되는 소중한 것들 가운데 지구 환경의 중요함도 있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가 잊고 있던 것. 어쨌든, 잊지 마세요. 밤 8시 불 끄는 것을! 그리고 불이 환할 때 보지 못한 것을 꼭 보세요, 지구의 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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